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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개발/편입

[편입] 15 마지막 이야기, 고려대학교에 편입을 합격하고 긴 여정이 끝이 나다

by 바상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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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결국에는 고려대학교에 편입 시험을 보러 갔고, 당당히 합격했던 마지막 이야기에 대해 다루어 보려고 한다.

경희대학교를 1년간 다니며, 나는 학교 수업과 병행을 하며 피나는 노력과 준비를 했었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학교 수업에서의 성적을 따는 것도 중요했고, 교환학생을 갈까 하며 그 부분도 부족함이 없게 준비를 하였고, 공인 영어 시험인 텝스도 같이 준비를 하였다.

공부하는 일러스트
첫 편입으로 안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더 노력했다.

경희대를 다니는 동안 첫 난관에 봉착했다. 이과라고는 하지만, 화학 계열이기 때문에 수학과 물리에 엄청 자신이 있지는 않았다. 첫 학기부터 상당히 어려운 학문인 양자역학 수업을 들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 부분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정말 일주일에 몇십 시간은 때려 박으면서 요 파트를 집중적으로 학습했고, 결국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화학 계열에게 있어서, 이 파트는 대략 2학년 후반~3학년쯤 배우는 과목이다.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인내를 하며 이 부분을 마스터 한 것이 고려대를 편입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열쇠가 되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여름이 지나고 점점 싸늘해지다가 추운 바람이 드는 11월쯤 되면, 편입 일정이 시작된다.

2학기는 텝스 점수를 조금이라도 올리고자 낮에는 학교, 밤에는 학원을 다니는 생활도 여러 번 했었다. 매우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7백점대 초중반의 점수를 가지고 원서를 넣을 수 있었다. 당시, 1차는 공인영어 시험으로 5 배수 정도로 자르고, 그 뒤 합격한 사람만 2차 시험을 보는 구조였다. 2차는 실제로 학교로 가는데, 필기시험을 본 뒤 그대로 면접도 같이 시험을 보는 식이였다.

1차인 영어 시험은 합격할 수 있을지 장담은 못했지만, 통과한다면 나는 무조건 전공시험에서 합격한다는 자신이 있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편입은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으로 들어가는 시험, 즉 시험 문제는 대략 해당 학과 2학년 정도의 난이도까지 나온다는 뜻이다. 나는 당시 3학년 전공까지 완벽히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떤 문제가 나오더라도 맞출 자신이 있었다.

 

1차인 공인영어 시험을 합격한 뒤, 드디어 결전의 날인 시험 당일이 밝아왔다.

1월 초 쯤에 시험이 있었기에, 아침부터 시험을 보니 상당히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꽤 일찍 집을 나섰기 때문에, 도착할 때쯤 아침해가 떠올랐던 것을 기억한다. 6호선 안암역에서 내려, 시험장인 우당교육관 (현재도 여기서 편입시험을 본다고 하더라)까지 비몽사몽 하며 걸어갔다. 역에서 내려 걷는데 모르는 사람이 뭔가 나누어 주던데, 이 당시에는 정신없이 받았지만 나중에 확인하고 보니 고려대학교 편입생 위원회에서 준 것이었다. 편입에 붙으면 많은 부분 도와줄 테니 합격하면 보자는 것이었고, 나중에 정말로 학교 생활 적응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튼, 우당교육관에서 필기시험을 대략 두 시간 정도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험을 다 치르고 나니 사소한 부분에서 살짝 틀렸다는 것은 인지하였지만, 깊게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잠깐의 멍 때릴 시간조차 부족했던 것이, 바로 면접을 보러 가야 한다며 아산 이학관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깝다면 가까울 수도 있지만, 고려대학교의 특성상 문과 캠퍼스와 이과 캠퍼스가 분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꽤 긴장하며 갔었다. 빈 강의실 내에서 다른 수험생들과 기다리며, 자신의 면접 차례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두 개의 빈 회의실 같은 곳에서 두 명씩 면접을 보러 들어갔었고, 나는 대략 60%가 면접을 봤을 때쯤 들어갔던 것 같다.

 

드디어 내 차례가 불렸다.

면접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
면접이 이런 느낌이였다. 입구로 들어가서 앉는 동안 나를 한 번도 쳐다봐 주지 않았다.

준비된 면접장으로 들어가니, 두 명의 교수가 앉아있었다. 내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내 쪽을 바라봐 주지 않았다.

상당히 긴장했다. 이제와 말하지만, 나는 이때의 면접을 경험으로, 이후 다양한 면접들을 보게 되었지만, 떨리기도 하지만, 즐기면서 면접을 볼 수 있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면접장에 들어가서 앉았다. 내가 의자를 끌고 앉을 때까지 두 명의 교수는 내쪽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앉고 나니, 한 명의 교수가 나에게 스윽, 스톱워치를 보여줬었다. 스톱워치에는 5분이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처음에 무슨 영문인지 몰랐었다. 그 교수는 입을 열었다.

 

스톱워치 일러스트
정확히 5분이 표시된 스톱워치를 나에게 보여줬었다.

"자, 화학과면 2년 동안 화학 배웠죠? 여기 5분 줄테니까, 지금까지 배웠던 내용 중에 아무거나 하나 주제 잡아서 설명해 봐요"

 

5초 정도 머리가 새하얘 졌다. 무엇을 주제로 잡지? 무엇을 말해야 하지? 지금 돌이켜 봐도 내 인생에서 제일 긴 5초 중 하나이다.

숨을 쉬었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지금 내가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난이도가 높은 게 무엇인가 생각했다.

나는 양자역학을 택했다. 말을 해야지 할 때는 끝까지 설명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지만, 입을 뗐다. 나는 천천히 슈뢰딩거 방정식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굉장히 떨렸다. 떨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마 교수도 눈치를 챈 것 같았다. 나에게 뒤에 칠판과 펜이 있으니 쓰면서 설명해 보라고 했었다. 시험 보기 직전까지 세세한 숫자까지 거의 다 외웠었다. 평소에는 굳이 거기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나는 슈뢰딩거 방정식의 병진, 진동, 회전운동에 대한 식을 각각 썼고 하나씩 숫자를 써가면서 설명해 나갔다. 하나의 공식을 푸는데 써야 하는 방정식이 상당히 많아, 나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설명을 했다. 5분 안에 빠르게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상당히 조급하게 설명을 이어나갔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설명하는 도중에 5분이 지났다고 그만 말하라고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내가 다 써 내려가자, 교수가 간단한 질문을 몇 가지 던졌지만, 이 정도를 이해하고 쓸 수 있는 나에게 매우 간단한 질문이었기에 모두 답하였다.

면접 당시 설명했던 내용
면접 당시 칠판에 써내려갔던 내용 중 하나, 이런걸 정말 많이 써야하기 때문에 촉박하게 칠판에 써내려갔다.

면접이 끝나고 나는 꽤 높은 확률로 합격했으리라 직감했다. 내가 이 면접장에서 설명하는 내용은 학교에 따라 빠르면 2학기 말, 대부분은 3학년 때 배우는 내용임을 안 상태에서 면접에서 설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원체 화학 전공인 학생들이 이 파트를 상당히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 파트를 제일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그렇기에 이 이야기를 면접에서 한 것이다.

 

현재 편입을 준비하고 있거나 생각을 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항상 전공을 제일 중요하게 챙기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영어 잘하는 친구? 수학 잘하는 친구? 다 좋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합불이 정해지는 학교는 많다. 하지만 나는 편입이 종착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편입학 합격은 새로운 시작이다.

편입은 수능이 아니다.

수능은 미성년인 고등학생들에게, 선생님들이 착실하게 정해진 범위를 가르치고, 이를 수능시험에서 테스트한다. 편입은 다르다. 당신은 20살이 넘은 성인이다.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는 당신의 자유다.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뽐낼 수 있으면 그게 아무리 3학년, 4학년, 대학원 과정인 들 설명하면 되는 거다.

 

내가 해당 학교의 해당 학과에 입학했을 때 3학년으로써 얼마나 바로 잘 적응하고 졸업할 수 있느냐다.

교수도 당연하게도 그런 학생을 뽑고 싶어 한다. 면접을 보는 학교들은 이 학생이 입학하면 얼마나 잘 학과에 적응할 수 있을지를 제일 먼저 알고 싶어 한다. 이 부분에서 눈을 돌리지 않길 바란다. 나의 편입학 합격 소식을 듣고, 많은 친구들이 방법에 대해 물어봤지만, 대다수는 중도 포기 혹은 시험에서 떨어진다. 아주 가끔 합격한 친구들이 몇 있긴 하지만, 대부분 학과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성적이 바닥을 기다가 초과 학기로 어찌어찌 성적을 복구하고 졸업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편입을 준비할 때 단순히 편입영어나 수학뿐 아니라 가고 싶은 학교의 전공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보고, 적성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으면 한다.

 

이렇게 나의 편입 여정은 끝이 나고, 여러 가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무사히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해외로 진학하였다.

편입 이야기는 여기서 일단락을 짓도록 하고, 고려대학교를 입학하여 교환학생을 준비하여 가서 생활했던 이야기, 유학을 준비했던 이야기, 실제 유학 생활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다음 이야기는 내 페이스에 맞게 천천히 또 진행해 보고자 한다.

자유의 일러스트
이로써 편입 여정은 끝이다. 편입은 끝이지만, 이제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아직까지 긴 편입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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